HR 테크의 성공적 도입을 위한 제안

HR 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성공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고 혁신을 이룰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본 글은 월간 인재경영 4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HR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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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hatGPT가 쏘아 올린 작은 공(실은 결코 작지 않지만)에 갑자기 모두가 AI를 활용한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것 같은 불안감이 다가온다. 기업 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기술 사용에 대한 부당감은 점차 증가되고 있다.

닷컴 열풍이 한참이던 20여년전에도 인터넷의 비즈니스 접목이라는 eBusiness라는 화두에 대응하여 ‘e-HR’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기간 시스템으로 ERP패키지의 HR모듈을 구축하고 ESS(Employee self service)와 MSS(Manager self service)를 포털사이트 형태로 구축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 글로벌 솔루션 도입이라는 명목 하에, 그리고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인 ERP에서의 통합 데이터 관리를 위해 사용자의 편의성이나 직원의 관점을 우선 고려하지는 않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실제 사용자인 직원들의 만족도가 생각보다는 높지는 않았다.  

최근 3-4년 동안에는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요 혁신의 의제로 떠 오르며, HR 영역에서도 클라우드 베이스의 HR SaaS(Solution as a Service) 솔루션 도입이 또 다른 붐을 이루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여전히 대기업군은 글로벌 솔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최근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HR 테크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고 글로벌한 현상이다.

Source : Global HR tech investment & startup funding 2022, hrtech.sg

HR Tech 투자관련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글로벌하게 124억불(한화 약161조원) 정도의 투자가 집행되었다.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 광풍이 불었던 21년도 150억불에 비하자면 18% 정도 줄어 들었지만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게 평가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모 HR SaaS 서비스 회사가 3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수 백억원 단위의 투자를 유치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공격적인 마케팅과 광고 집행 등으로 일반인들도 그 회사명을 길거리에서 쉽게 볼 정도 였다. 돈과 인재가 몰리는 선순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었고 기업 입장에서는 살거리가 많은 시장이 선 듯했다. 거기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석의 기술이 고도화되고 화제성까지 얹어졌는데, 구독형 SaaS 서비스가 대세가 되며 초기 투자의 부담 없이 쉽게 도입의 용이성이 높아 진 것도 큰 몫을 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오히려 결정 장애가 발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할까, 그렇기에 선뜻 HR 테크에 대한 투자에 대해 조심스러워 지는 것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런 환경 하에서 어떻게 해야 HR 테크 도입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HR테크의 도입 목적을 명확하게 하라

결론적으로, 어떻게 HR이 AI를 포함한 기술을 접목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조직에 기술 도입 또는 시스템 투자에 대한 합당한 목적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기술과 시스템에 대한 투자 목적은 조직마다 다를 것이다. 그리고, 기술과 시스템 도입의 목적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HR의 운영 전략과 모델을 갖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순서대로 본다면 ‘사업전략  HR전략  HR운영 모델  HR테크와 기술의 도입 목적’ 의 흐름이고 운영모델과 그에 따른 기술의 도입은 외부환경 변화와 연동된다.

지난 20여년 이상 HR운영 모델(HR Operation Model)에 대해서는 데이브 울리히 교수의 Center of Excellence(COE), HR Business Partner(HRBP), HR Shared Service Center(HR SSC)로 정의한 역할 모델이 이제까지 불변의 진리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포함하는 신기술의 발전으로 기존 전통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고 최근에는 특히 직원경험(EX, Employee Experience)관리의 중요성과 애자일 HR (Agile HR) 컨셉의 운영 모델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HR의 운영 방식의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과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과 데이터의 활용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즉, 우리 회사가 어떤 환경하에서 어떤 필요에 의해 어떤 HR의 역할이 필요한지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의 내용과 정도, 즉 목적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동안 유행했던 OKR의 경우도 그 컨셉과 철학은 심플하지만 회사별로 구현되고 운영되는 모습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 리더십, 구성원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고 조직에 맞는 정교한 조정(Fine tuning)이 필요한 것 처럼 HR 테크도 먼저 회사의 필요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한 후에 가장 적정한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솔루션 도입의 필요와 기대효과에 대한 조직 내부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다른 부차적인 결과 보다 핵심문제에 집중한 결과 평가가 이루어 져야 한다.충분히 조직 내부에 합의된 공통의 이해가 없다면 실은 아무리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도입한다고 해도 그저 외부의 유행에 일회성으로 대응하고 마는 정도가 되거나 잔뜩 돈은 쓰고 ‘뭐가 바뀌었지?”라는 강한 내부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HR 테크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음을 기억하라

한마디로 HR 테크 성공 여부는 현 우리의 데이터 관리 수준이 결정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ChatGPT 3.5 버전의 경우에도 2021년도까지의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최신의 데이터나 사실을 답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풋된 데이터의 한계가 아웃풋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현재 우리의 데이터 관리와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어떤 AI 를 가져와도 효과가 크지 않다.

HR 테크에 대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현 HR의 디지털화 정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HR 테크 분야에서 가장 핫하다고 하는 피플애널리틱스의 사례를 본다면 이것은 마치 마라톤 경주를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 툴을 도입하고 비쥬얼한 도표와 그래프를 작성하지만 실제로 어떤 조치(Action) 에 까지 이르는 기업은 5%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실제 가치는 마지막 1마일(Last mile)에서 나오지만 많은 기업들이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데이터와 관련해서 또 중요한 점은 HR 부문에 Data Literacy, 데이터 문해력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위의 예화에서 라스트마일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이고, 이것은 데이터 사이언스 관점과 비즈니스 현업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균형있게 확보해야 하는, 단기간에 개발하기 어려운 역량이다. HR 테크의 도입 성공은 바로 이러한 인력을 확보했는가가 결정할 것이다.  

시장원리로 접근하라

최근에 만난 기업의 HR 담당, 또는 HR 솔루션이나 서비스 관련 회사, 스타트업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바로 “그런 회사도 있나요?” 라는 질문 아닌 질문이다.

많은 솔루션과 서비스가 등장했고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의 HR테크 산업은 산업화의 초기 단계라고 보여진다. 가장 성숙한 B2B 솔루션 시장의 단계에 다다른 미국은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과 중국, 싱가폴과 비교를 해도 산업화 정도에서 차이가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차이점 중의 하나가 아직 국내의 HR 테크 기업의 디렉토리나 정리된 Solution Map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HR B2B 솔루션의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라는 개념이 거의 모든 국가에 형성되어 있다. 구매자인 기업들에게는 각 카테고리별 어떤 회사들이 있는지, 또 공급자인 기업들에게는 나와 같은 분야에 어떤 경쟁사나 유사한 서비스의 회사들이 있는 지를 알려준다.

HR 테크를 도입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내가 필요한 서비스나 솔루션을 비교하고 그 중에 최선을 선택하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어떤 회사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향후 국내에서도 이러한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데이터베이스와 정보제공 더 나아가 솔루션을 평가하고 리뷰하는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HR솔루션 도입을 도와주는 서비스 Outsail>

처음부터 글로벌 적용을 고려하라

대부분의 기업들 중에 해외 사업장이나 해외지사 또는 법인을 갖고 있지 않은 곳은 이제는 찾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HR 테크의 선택에서 글로벌 경영 환경 지원은 필수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HR테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구매자인 기업들이 이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현재 많은 솔루션이나 서비스들이 국내 전용으로 개발된 경우들이 많다. 국내에서의 업력이 오래된 중견 기업의 경우 더더욱 기본적인 다국어 메뉴 지원 조차 안되는 경우도 있다. 좀 더 나아가 국가별 타임존을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점은 향후 미국과 같이 한 국가내 여러 시간대를 갖는 경우 근태관리와 휴가관리에서 이슈가 될 수 있다.

최근에 만나 본 모 대기업의 경우 해외 지사 및 법인 관리를 위한 HRMS  도입을 검토를 시작했는데, 현재 국내에서 도입해서 쓰고 있는 시스템에서 영문 메뉴 지원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한 원인이였다. 안타깝지만 현재 국산 올인원 HR 솔루션 패키지 중에 글로벌 페이롤을 지원하는 솔루션이 없다. 글로벌 페이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별 세법과 노동법 그리고 휴일 캘린더에 대한 세부적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글로벌 페이롤 서비스가 가능한 솔루션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이경우에도 두 이종 시스템간의 인터페이스 이슈가 있다. 기술적인 해결은 문제가 없지만 실제 사례를 만들고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여전히 HR 테크 회사의 책임이다.

기능 측면 뿐 아니라 User Interface나 디자인에서도 글로벌 환경, 다인종, 다국적의 직원들을 고려한 솔루션이 되어야 한다. ‘우선 국내 적용 이후 글로벌 확산’이라는 개념은 곧 더이상 유효하지 않을 시점이 올 것이다. 이미 국내에도 많은 외국인 인재들이 고용되어 본사에서 근무하는 경우들이 있다. HR 테크 기업들도 서비스나 솔루션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경우, 우리 고객들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을 갖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HR계의 인스타그램이라고 평가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하이밥(hiBob.com) 이라는 HR 솔루션의 경우 처음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를 목표로 한 전략을 세웠다. 2015년 창립되어 이스라엘에서 유럽으로 그리고 미국으로 진출했고 현재 기업가치 24.5억불(한화 3조원 이상)을 인정받고 있는 유니콘 기업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현재 한국의 HR 테크 산업은 하나의 산업군으로 독립적 생태계를 이룰 것인지 아니면 B2B 솔루션 산업의 서브로 유지될 것인지의 갈림길에 있다. 기업들의 관점에서 HR 테크의 도입과 투자에 대한 선택은 인재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공통된 인식에서 시작될 것이다. 추상적 경험적 담론이 아니라 데이터와 과학적 추론에 입각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 HR 테크가 기업의 경쟁력에 기여할 부분이고 시대적 소명이라고 까지 할 수 있다. ‘Technology as a Solution’ 이라는 명제 하에 더 많은 HR 테크 도입의 성공사례와 베스트 프랙틱스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