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당겨진 인공지능의 실용화, HR 운영 모델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지난 30년간 유지되어 왔던 HR의 운영 모델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AI 기술 적용의 확산 그리고 조직 민첩성에 대한 요구가 어떻게 HR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는지 두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HR CAT
HR CAT

2022년말 글로벌 이슈로 등장한 Open AI의 chatGPT가 2023년 새해가 되어서도 그 관심의 열기가 줄지않고 오히려 더 뜨거워져가고 있다. 지금까지 2.5개월로 가장 최단기간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던 인스타그램의 기록을 단 5일만에 돌파하고 세상에 등장한 지 40일이 지난 시점에 1000만 일사용자 수를 기록했다. 현재 시점에는 이미 1500만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순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넘어서서 다양한 응용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100억달러 투자 소식은 이제까지 '넘사벽'이였던 구글의 글로벌 검색 엔진 시장의 지각변동까지 예상하는 상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혹자는 마치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소개되어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모바일 시대의 개막을 열었던 것과 같은 급의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인공지능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는가 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사실은 이미 많은 리써치 기관과 미래학자들, 그리고 컨설팅 회사들은 이미 수 년전부터 이러한 변화에 대한 예측과 영향력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내용에는 기계가 대체하는 직업군에 대한 예측, 효율성 뿐 아니라 창의적 영역까지 가능한 인공지능의 등장, 자율주행 자동차가 바꿀 일상 생활의 변화 등도 있지만 기업의 조직관리와 운영, 그리고 HR 운영 방식의 변화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시나리오도 포함되어 있었다.  

HR 운영 방식의 트랜스포메이션

현재의 글로벌 대기업의 HR 운영 모델(HR Operating Model)의 근간은 데이브 울리히 교수의 1997년 출간된 'HR Champion"이라는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울리히 교수는 프로세스 중심 대 사람 중심의 가로축과 전략에 집중 대 일상 운영업무의 집중이라는 축으로 구분하여 4가지의 HR의 역할에 대해 컨셉을 정의했고 그를 바탕으로 HRBP(HR Business Partner), CoE(Center of Excellence), HR SSC(HR Shared Service Center)로 구체적인 조직 구조와 기능 역할을 제시했다. 이 내용은 당시 다수의 기업에 영향을 미쳤고 IT기술의 발달, 아웃소싱의 확대 등과 맞물려 현재의 글로벌 기업의 HR 운영 모형과 구조를 결정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HR 조직 설계에서는 바이블과 같이 받아들여져 왔었다. 그런데, 지금의 이 30여년간 유효했던 HR 운영 모델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그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AI, 빅데이터, 그리고 애자일 문화의 확산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12월에 발표된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의 보고서에서는 100명 이상의 CHO 인터뷰를 통해 현재 기업 조직에 영향을 주고 있는 혁신의 움직임( Innovation Shifts) 8가지 유형을 정의하고 그를 바탕으로 5가지의 새로운 HR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우선 HR 영역에서의 8가지 혁신적 변화는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1. HR운영에 애자일 원리를 접목한 업무방식의 변화
  2. 직원경험관리의 고도화
  3. 일선 사업부 리더의 HR 권한 강화
  4. 개인 니즈에 대응하는 개인화된 HR 서비스 제공
  5. (사용자 중심의) 상품화된 HR 서비스
  6. 인사정책의 설계와 실행의 통합화
  7. 프로세스 엑설런스에서 AI, 빅데이터, 머신러닝과 같은 데이터 엑셀런스로의 진화
  8. 자동화 HR 솔루션을 통한 효율화

이 중에서 128명의 CHO는 직원경험관리의 고도화, 신기술을 접목한 데이터관리가 향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혁신 움직임의 영향으로 새롭게 제안되는 HR 운영 모델은 5가지 유형으로 정의했다.

1.울리히+ 모델

여전히 영향력을 같고 있는 울리히 교수의 HR 모델을 원형으로 현실적 변화를 반영한 형태다. 핵심적인 내용은 HRBP(HR Business Partner)라고 하는 사업부의 HR 담당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이다. 기존 모델의 한축인 CoE(Center of Excellence)는 주로 인사제도를 설계하고 규정을 관리하는 전문가 그룹인데, HRBP가 CoE 의 인사제도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져가고 사업부별로 독자적인 운영권한을 인정하는 모델이다.

2. 애자일 HR 모델

두번째 새로운 운영 모델은 Agile이다. 애자일 조직이 되기 위해 많은 의사결정 권한이 현장에 주어지 듯이 HR 의 전통적인 역할과 영향력은 축소되고 그에 비례하여 본사의 CoE의 권한과 책임도 축소된다. 바로 앞의 울리히+ 형과 차이점은 사업부 HRBP 조차도 줄여서 HR 부문의 영향력이 최소화된다는 것이다.

3. 직원경험 우선형 모델

HR의 모든 기능과 자원이 직원경험을 고도화하고 향상하는 것에 집중된다. 직원경험과 관련이 없는 다른 HR 과업들은 최소화되거나 표준화된 프로세스로 대체한다. 핵심인재의 확보 및 유지가 사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산업에 적합한 모델이다.

4. 리더 주도 모델

모든 사람관리에 대한 주도권이 라인 관리자들에게 위임된다. 법규 준수와 관련된 최소한의 것 외에는 본사 HR 차원의 모든 통제와 규율은 축소된다. 모든 HR 의 자원과 도구 들은 일선 관리자를 돕는 것에 집중된다. 주로 오피스 사무실 직원이나 R&D 중심의 조직과 회사에서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애자일 HR 모델과 개념적으로 유사하지만 애자일 모델이 의사결정의 속도와 자원의 분배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모델은 리더의 역할과 영향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5. 인공지능 활용 모델 (Machine powered)

모든 일상적 업무와 직원의 선발, 채용 및 데이터 분석과 의사결정 등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시스템을 통해 처리되고 HR은 시스템이 대체할 수 없는 직원들과의 정서관리, 소통 및 카운셀링 같은 업무에 주로 집중하게 된다.

리포트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한 기업의 HR 운영 모델은 어느 하나에 귀속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몇 가지 모델의 조합된 형태로 구축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기술의 발달, AI 기술의 접목 등은 어떤 모델과 관련없이 HR 운영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HR 운영 모델의 변화를 예고한 또 다른 보고서가 있다.

궁극적으로 Agile HR이 대세임을 말한 에곤젠더

에곤젠더는 일반적인 컨설팅 보다는 글로벌 임원급 인재채용서비스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주로 C 레벨 경영진에 집중해서 채용 컨설팅 및 실행을 돕는다. 특히 CEO의 외부영입 또는 후계자 승계플랜과 같은 특화된 영역에서 차별화되어 있다. 이 회사에서도 2022년 상반기에 전통적 HR 모델이 글로벌 팬데믹 이후의 뉴노멀,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근무 등의 변화 속에서 적합하지 않음을 주목하고 새로운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source : https://www.egonzehnder.com/functions/human-resources/insights/time-to-transform-the-traditional-hr-operating-model?utm_source=pocket_reader

에곤젠더는 HR 모델 제시를 위해 2개의 축을 정의 했다. 그 중 가로축은 HR 운영 모델에 내재된 민첩성의 수준으로, 세로축은 회사의 전략에 내포된 변혁의 정도와 회사가 속한 산업에서의 혁신과 변화의 속도였다.

풀어서 보자면, 회사에 요구되는 변화의 정도와 그 속도가 빠르고 HR 운영 모델내에 민첩성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5가지 유형의 HR 운영 모델을 정의한 것이다.

1.전통적 모델

데이브 울리히 교수의 기존 모델이다. 산업의 변화 요구가 높지 않고 조직 내 HR도 변화속도에 대한 대응 요구가 높지 않은 경우다. 아직도 많은 회사가 이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2. HRBP 와 CoE 의 통합형(Double-Hatting) 모델

전사 보다는 사업부(BU) 단위로 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고려해 볼 수 있는 모델이다. HR 컨텐츠, 제도 등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 기능을 사업부 단위로 배치해서 그룹의 승인 없이 바로 제도와 프로세스를 수정하고 실행한다.

3. 슈퍼 CoE 모델

이중모자(Double hat)이라고 명명한 바로 위의 모델에 반대로 CoE에 권한과 자원을 더 투입하여 전사 차원에서 프로젝트와 변화관리를 기획하고 수행한다. 기존 전통적 모델에서는 HRBP들에게 제도의 실행과 운영이라는 부담이 주어졌지만 이 슈퍼 CoE 모델에서는 프로젝트팀이 사업부나 때로는 해외 지역까지 직접 실행을 주도한다. 당연히 이 경우 전문화된 인력들이 다수 참여하게 되어 전체 HR에 투입해야 할 자원이 과도해 질 우려가 있다.

4. 애자일 방법론 적용 모델

애자일 방법론에 근거한 운영을 시도하는 모델로 CoE가 주도하고 있는 인사 제도와 프로세스를 애자일 방식으로 조직에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이다. 전격적이 애자일 형식 전에 기존의 HRBP 와 협업하거나 별도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는 점에서는 위의 다른 운영 모델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은 어떤 잘 짜여진 마스터 플랜에 따른 변화관리라기 보다는 현장의 니즈와 변화에 대응하며 민첩하게 해결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좀 더 미션 중심의 운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5. 본격적인 애자일 방식의 운영 모델

애자일 방식의 적용이 성공적이라면 최종적으로는 전격적인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HR 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사 관점에서의 HR의 기능과 운영, 기여 역할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해 진다. 조직 내부의, 그리고 직원들의 기대와 니즈 그리고 전략의 실행을 위해 해결안을 만들고 제시해야 하면 평가, 보상, 승진 등 기존의 전통적인 개념의 인사의 행위가 재정의되어야 한다. 조직의 니즈에 따라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직원 경험 관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안정성과 일관성을 잃게 되어 오히려 직원들의 불만을 야기할 리스크도 존재한다.

두 보고서의 내용을 종합해 본 결론

두 컨설팅사의 내용을 종합해서 본다면 결국, HR 운영 혁신의 최종적인 모습은 'Agile HR'의 구현으로 귀결된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의 변화,  이미 애자일 방식의 팀 조직 운영이 보편화된 테크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의 관점에서는 전통적인 운영방식의 HR이 너무 보수적이고 변화를 달가와 하지 않는 다는 비판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을 다루고 많은 영역에서 노동관련 법규를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비판을 감수해 오면서 이해관계자를 이해 시켜온 HR의 수고도 인정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고 기술 발전을 적극 수용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관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방식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즉, 변화의 수동적 follower 가 아니라 변화를 리드(Lead) 하고 조직문화를 변혁해 가는 것이 이제 HR에게 주어진 사명일 것이다.

참고 - chatGPT 의 HR 운영 모델 변화에 대한 답변

chatGPT 에게 AI 기술이 HR의 운영 모델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물었다. 답변의 내용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조금 더 지나면 충분히 서로 대화를 통해 토론해 갈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보였고, 구글링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정보의 탐색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인상을 준다. 어쩌면 AI 보다 더 탁월한, 차별화된 관점과 인사이트를 제시하는것이 큰 도전이 될 시점이 곧 다가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