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거인 애플이 움직인다, 2026 새로운 시리 출현 예고

Dori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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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지난 몇 년간 인공지능 경쟁에서 눈에 띄게 조용했다.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경쟁사들이 대규모 언어모델과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동안, 애플은 거의 관망자에 가까운 태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26년 초, 애플이 마침내 AI 시대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새로운 하드웨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워진 시리(Siri)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애플은 보다 개인화된 디지털 어시스턴트를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는 개념을 현실화하려 하고 있다. 이 새로운 시리는 이르면 2026년 3~4월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2026년 예정된 시리 개편은 단순한 음성 인터페이스 업데이트가 아니다. 이는 검색과 비서 작업을 처리하는 방식 전반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로컬 LLM과 선택적인 클라우드 처리, 그리고 필요시 서드파티 모델을 결합하는 구조다.

지난 몇년 동안 애플은 경쟁사들처럼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지 않았다. 대신 애플이 보유한 자산은 훨씬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이미 손에 쥐고 있는 사용자들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iOS 기기는 약 24억 대, 그중 아이폰만 15억 대를 넘는다. 이 규모의 설치 기반은 경쟁사들이 쉽게 넘볼 수 없다. 애널리스트들은 AI 서비스 제공자들이 이 사용자층에 접근하기 위해 결국 애플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애플은 통행료를 받게 된다. 앱스토어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민감한 작업은 기기 내에서 처리하면서도, 복잡한 다단계 작업과 같은 고부하 연산은 검증된 클라우드 파트너에 위임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모델 규모 경쟁과 사용자 신뢰를 중시해온 애플의 철학 사이에서 현실적인 절충안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은 당초 이른바 ‘시리 2.0’을 2025년 WWDC에서 선보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고, 회사는 공개 석상에서 “높은 품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애플 특유의 보수적인 출시 원칙이 이번에도 작동한 셈이다.

그 이후 애플은 AI 조직의 리더십을 재정비했고, 외부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AI 역량 강화를 위해 애플은 지난해 말 AI 팀을 재편했으며, AI 및 머신러닝 총괄 책임자인 존 지아난드레아(John Giannandrea)가 2026년에 은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애플은 구글 제미니 프로젝트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아마르 수브라마니야(Amar Subramanya)를 영입했는데, 이는 새로운 시리 출시를 앞두고 AI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전환을 시사한다.

애플의 선택은 늘 같았다

애플의 AI 변화는 신중하면서도 조용히 야심찬 성격을 띤다. 목표는 명확하다. 스마트 기능을 ‘손안의 유능한 비서’처럼 즉각적이고 사적인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다. 애플은 AI에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2026년 애플 인텔리전스를 제공하기 위해 팀과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이는 수백만 명의 아이폰과 맥 사용자들이 검색하고, 질문하고, 자동화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애플의 접근 방식은 업계 전반의 분화를 잘 보여준다. 클라우드 중심 AI 기업들이 초대형 모델 확장 경쟁에 나서는 반면, 애플은 기기 내 추론(on-device inference), 효율성, 프라이버시에 베팅하고 있다. 즈펑 첸이 이끄는 파운데이션 모델 그룹이 여러 전(前) 구글 연구원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애플이 핵심 모델 기술을 직접 소유하고 하드웨어 및 운영체제(OS)와 밀접하게 맞춤화하려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애플의 모델은 단순한 규모 경쟁보다는 에너지 효율성과 프라이버시를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시장에서 언제나 퍼스트 펭귄이 아니라 후발주자다. 그러나 등장할 때는 기존 판을 다시 짠다. 아이팟도, 아이폰도, 애플워치도 그랬다. AI 분야에서도 애플은 가장 먼저 달리지 않는다. 대신 가장 많은 사용자가 매일 접하는 지점을 차지하려 한다. 시리 2.0은 그 전략의 시험대다. 2026년 봄, 애플이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이 회사가 AI 시대의 주연으로 복귀할지, 아니면 조연으로 남을지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