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로 작동하는 가상 세계의 등장, 프로젝트 지니
구글 딥마인드는 2025년 공개한 차세대 월드 모델 ‘지니 3(Genie 3)’를 실사용 서비스로 확장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실험적 플랫폼 ‘프로젝트 지니(Project Genie)’를 공식 출시했다. 이 서비스의 본질은 단순한 이미지나 영상 생성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이동하고 조작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가상 환경’을 즉석에서 만들어낸다는 점에 있다. 지니 3와 제미나이(Gemini) 계열 모델을 결합해, 약 1분 분량의 상호작용 가능한 세계를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스케치에서 탐험까지: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방식
프로젝트 지니의 진입 장벽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 사용자는 ‘월드 스케치(World Sketching)’ 단계에서 캐릭터의 설정을 텍스트로 설명하고, 1인칭·3인칭·아이소메트릭 시점 중 하나를 고른다. 이 과정은 구글의 ‘나노 바나나 프로(Nano Banana Pro)’ 모델이 담당하며, AI는 이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의 출발점이 될 이미지를 빠르게 구성한다. 사용자가 시각적 분위기와 방향성을 승인하면, 지니 3 엔진이 해당 이미지를 동적인 세계로 전환한다. 정적인 장면이 아니라, 실제로 걸어 다니고 방향을 바꾸며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여기에 더해, 다른 이용자가 만든 세계를 가져와 새로운 프롬프트로 변형하는 ‘리믹스’ 기능도 제공된다. 이로써 개별 창작물이 고립되지 않고, 집단적 실험과 진화를 거치는 공유 자산처럼 축적된다.
현재 프로젝트 지니는 미국에서 AI Ultra 구독자를 대상으로 Google Labs를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한국에서는 아직 제공되지 않는다. 생성 가능한 세계가 60초 내외로 제한되고 해상도와 프레임에도 제약이 있음에도, 금융시장의 반응은 과도할 만큼 격렬했다. 출시 직후,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기존 게임 개발 구조를 뒤흔들 잠재적 위협으로 해석했다. 그 결과 유니티,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로블록스 등 주요 게임 관련 기업의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특히 유니티는 발표 당일 주가가 20% 이상 급락했는데, 이는 “렌더링 파이프라인과 물리 엔진 자체가 불필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선 진짜 목적
그러나 프로젝트 지니의 의미를 게임 도구로만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딥마인드는 지니 3를 범용 인공지능으로 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시뮬레이션 인프라’로 규정한다. 현실 세계를 직접 다루기 전, AI가 안전한 가상 환경에서 물리적 상호작용과 문제 해결을 학습하도록 만드는 훈련장인 셈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사용자가 캐릭터를 생성하고, 방향키를 이용해 직접 조작하며, 간단한 미니 게임 수준의 상호작용도 구현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자율주행 시나리오를 검증하거나, 교육용 실습 환경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구조다.

세 가지 핵심 인터랙션 모드
프로젝트 지니는 가상 환경을 다루는 방식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 월드 스케치
텍스트와 이미지 기반 프롬프트로 세계의 골격을 만든다. 캐릭터의 이동 방식(보행, 비행, 운전 등)과 시점까지 사전에 정의할 수 있으며, 시작 전 이미지를 수정해 환경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 - 월드 탐험
생성된 공간 안에서 사용자는 자유롭게 이동한다. AI는 이용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이후의 경로와 장면을 즉석에서 만들어낸다. 카메라 앵글 역시 동적으로 조정 가능하다. - 월드 리믹스
다른 사용자의 결과물을 불러와 변형하거나, 무작위 추천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완성된 세계와 탐험 과정은 영상 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확률로 작동하는 세계의 등장
프로젝트 지니는 가상 세계가 더 이상 기하학과 규칙의 산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대신 세계는 확률과 예측 위에서 생성된다. 이는 콘텐츠 제작 비용을 급격히 낮추는 동시에, 물리적 현실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피지컬 AI’의 등장을 앞당긴다. 앞으로 게임 산업은 AI를 보조 도구가 아닌 상상을 구현하는 물리 엔진으로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영화, 건축, 디자인 같은 분야에서도 인간은 직접 제작자가 아니라, AI가 제안한 수많은 가능성 중 의미 있는 선택을 내리는 감독의 역할로 이동하게 된다.
저작권 문제와 연산 비용이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텍스트만으로 세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은 가상 현실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바꿔놓고 있다. 지니 3와 프로젝트 지니는 AGI를 향한 긴 여정에서 분명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